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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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재난 디지털아카이브 구축 연구기반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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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네트워크 동아시아 재난 연구 네트워크 구축
- 사회 서비스
- 재난 관련 교육 서비스 프로그램 제공
- 전문가, 시민교육 프로그램 개발
- 연구 결과물
- 재난인문학 총서 및 전문 학습지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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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수준의 재난인문학 연구 허브기관 부상
: 재난인문학의 정립 현대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재난에서 출발하여 자연, 인간, 사회, 국가에 대한 인문학적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연구 필요성 및 중요성
연구 아젠다
동아시아 재난의 기억, 서사, 치유: 재난인문학의 정립
우리는 지금 삶 자체가 이미 ‘재난(disaster)’에 처해 있다고 선언한다. 이러한 선언 아래 인문학의 관점에서 재난을 의제화하는 일은 재난의 상황을 뒤늦게 수습하는 방안을 고민하자거나 닥쳐오는 재난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잠재적 재난의 여지를 미리 감지하고 사유 성찰하는 작업을 요청한다. 재난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한국 사회에서 재난이 인문학의 본격적인 논제가 된 것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는 눈부신 경제성장의 발전과 부패한 국가권력 아래에서 어떤 가치들이 폄하되었고 망각되어 왔는지를 뼈아프게 돌아보게 하는 사건이었다. 우리는 그 말도 안 되는 사건을 지켜보면서 고작 자본주의 시스템 전반의 문제점이 노출된 “후진국형 재난”이라고 명명함으로써 근원적 물음을 비켜서 기존 질서체계에 암묵적인 동의를 보냈는지도 모른다.
재난인문학의 연구 대상에는 홍수, 화산, 지진, 기근, 전쟁, 학살, 테러, 콜레라, 질병(전염병),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기후변화 등 자연적 재해와 사회적 재난, 인재 등 다수의 사건들이 포함된다. 여기에서 한 가지 기억해 둘 점은 자연 재해로 인한 희생자의 숫자보다 인간이 인간에게 행하는 폭력, 예를 들어 전쟁과 학살, 테러로 인한 희생자의 숫자가 더 많았다.다시 말해 마치 전염병이 외부에서 균이 몸에 침투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데에 익숙한 것처럼 우리는 종종 재난을 우리 현실 바깥에서 갑자기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한 것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여러 재난들은 현실 안의 모순이나 부조리함이 바깥으로 드러난 결과일 때가 적지 않다.
우리는 1990년대 이후에 일어난 다수의 참사(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용산 참사, AI 신종플루, 메르스, 경주‧포항지진)를 겪는 동안 사건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사유하고 진단하기보다는 결과를 수습하는 데에 급급했다. 재난에 대한 성찰과 재난이 던진 여러 물음들에 대해서 깊이 있게 숙고한 적이 없었다. 악몽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더 이상 재난의 결과를 수습하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관리하자는 요청만으로는 사태의 근원을 온전하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재난인문학은 지금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재난들에서 출발해 자연, 인간, 사회, 국가에 대한 뒤늦은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갖고자 한다. 한국, 동아시아, 세계로 시공간적 범위를 확장해 재난을 통해 새로운 사회의 밑그림과 인간학을 다시 설계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7년 연구계획
동아시아 재난의 기억, 서사, 치유: 재난인문학의 정립
재난인문학의 7년차 단계별 연구는 1단계 ‘재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2단계 ‘재난인문학의 정립’으로 나누어 진행할 것이다.
1단계 3년 동안은 재난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연구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외 재난 연구 동향과 흐름을 파악하고 동아시아 각국의 재난 기록을 살펴볼 것이다. 동아시아 각국의 재난이 일어나는 원인과 과정, 재난에 대한 동아시아인들의 인식과 기억, 정체성과 트라우마 및 심성의 변화를 분석한다.단계에서는 각 국가와 사회마다 재난에 대처해 왔던 양상과 재난 이후의 변화를 분석할 계획이다. 재난은 그 자체로 인간 사회에 영향을 미치지만, 재난에 대한 반성과 대응으로 정치・사회・문화적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2단계에서는 재난 이후 재난에 대한 대응과 동아시아 사회에 나타난 변화를 살펴보고, 사회적・공간적・시계열적 차원에서 동아시아 재난의 상호연관성을 비교할 것이다.
연구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단계별 대주제를 설정하고 연차별로 두 개의 주제어를 설정했다. 단계별 목표와 연차별 주제어는 아래 표와 같다.
단계 | 연차 | 주제어 | 단계 | 연차 | 주제어 |
---|---|---|---|---|---|
1단계 :재난의 인문학적 성찰 |
1 | 기록기억 | 2단계 :재난인문학의 정립 |
4 | 종교의례 |
2 | 정체성 | 5 | 기술 미디어 | ||
3 | 트라우마 심성 | 6 | 이동 초국경 |
기억과 인식
인간의 삶은 언제나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연재해와 인재를 포함한 재난의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난을 직접 겪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회구성원들도 같은 상처(트라우마)가 남게 마련입니다. 피할 수 없는 재난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인식하느냐에 따라 우리들의 대응 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재난’과 ‘인간’ 그리고 ‘사회’의 밀접한 연관성을 보면, 재난에 대한 연구는 곧 인문학의 연구 영역이기도 합니다. 재난이 역사와 사상, 그리고 사회 규범 및 구조의 변화에 끼치는 지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이는 인문학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재난과 인간의 상호 관계, 극복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인문학의 오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동시에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서사와 치유
서사와 치유 팀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재난 기록 중에서 구술 기록과 문학예술 작품에 나타난 재난의 서사와 치유 양상을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문학예술 속의 상상적 이미지와 재현은 현실과 거리를 두고 현실을 반성하면서 역사의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할 수 있는 매개이다. 문학예술 텍스트가 재난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해 왔는지를 살펴보고 그러한 서사화 작업이 재난 치유 담론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핀다.
재난은 세계의 질서를 인식하는 틀이나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을 바꾼다. 재난은 세계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감정, 감각, 상상의 토대와 조건을 바꾸기도 한다. 세계관의 변화는 곧 개인적, 사회적 정체성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재난 이후 재난의 경험을 서사화하는 작업에서 세계관과 정체성의 변화를 분석한다.
재난을 표상하는 사진, 그림, 드라마, 영화 등 예술에서 재난 이미지를 재생산, 소비하는 방식을 살펴보면서 재난의 상품화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나아가 재난 경험으로 인한 정체화/탈정체화 과정 속에서 재난에 무능력한 자들의 연대를 모색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재난이라는 용어를 새로운 맥락에서 전유할 수 있는 지점을 이끌어내고 재난을 다른 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전쟁과 학살의 경험을 다양한 서사체로 반복하고 변주하는 과정은 재난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겪고 있는 정신과 마음의 위기와 관련이 있다. 이에 재난 이후 개인과 집단의 지배적 심성(mentalités)의 지속적 변화를 연구한다. 전염병, 기근, 전쟁 등으로 인한 상처, 일제강점기, 제주4.3, 한국전쟁, 광주5.18, 천안문 사태, 동일본 대지진등 역사적 사건들이 개인과 공동체에 남긴 트라우마와 심성의 변화에 주목한다.
현대의 재난은 미디어를 통해 유포된다. 재난 당시의 미디어와 이후의 미디어 보도가 재난에 접근하는 윤리적인 방식을 살펴본다. 소문, 유언비어, 온라인 등 매체 분석을 통해 재난 이후 여론 형성 과정과 재난이 사건화되는 지점을 파악할 수 있다.
난 이후의 사회에서는 인간의 생명과 사회를 보호, 관리한다는 명분 아래 다양한 안전장치들이 마련된다. 재난 이후 생명과 삶을 통제 관리하는 안전장치와 통치성의 결속, 치안 유지와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안전장치들의 통치전략을 살펴볼 것이다.
오늘날 재난은 한 국가의 영토에 머물지 않고 동아시아 나아가 지구 전체를 위협한다. 20세기 이후 재난은 세계적 규모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이동하는 재난’, ‘재난의 이동성(mobility)’에 초점을 두고 동아시아 사회가 재난으로 인한 난민이나 디아스포라의 문제에 어떻게 공동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 나갈 것이다.